[1]
<이프 온리>를 보고 눌물도 많이 흘리고 참 먹먹해졌다. 좋은 영화를 하나 건져서 좋은 기분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메세지와 감동을 곱씹어보려 한다. 영화의 전개나 결말을 두고 왈가왈부가 많지만, 나는 다음의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의미있고, 충분히 감동을 받았으니.
<이프 온리>는 '단 하루를 산다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이것이 <이프 온리>가 제시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방점을 '어떻게'에 찍고 싶다. 즉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에 대해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이안(남자 주인공)은 사만다(여자 주인공)를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법을 몰라 괴로워 한다. 사만다 역시 '사랑받고 싶다'는 애절한 마음을 나타낸다.
이안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노릇일 것이다.영화는 바로 이안처럼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정작 상대는 사랑받고 있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사만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상대방에게 어떻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2] 사랑은 어떻게 하는가
이안과 사만다는 각각 사랑에 대한 개념을 달리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핵심이다.
이안은 사랑을 하나의 독립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사랑, 일, 가족, 친구, 과거 혹은 미래 등등 각각을 독립적으로 나뉜 하나의 부분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 사랑이라는 부분을 가장 상위 우선순위에 놓고 가장 높은 비중을 둔다고 여기면서 '사랑이 크다' 혹은 '무엇보다 사랑한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각각의 부분들이 상대적이라는 데에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때로는 일이 가장 상위에 놓이거나 때로는 친구에게 가장 높은 비중을 두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다툼 중에서 많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남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고 정성스럽게 대하는데 왜 자신에게 불만을 느끼는지 답답할 것이다. 반대로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의 우선순위가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감정기복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항상 모든걸 다 제쳐두고 여자만을 바라볼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사만다를 통해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앞서 말했듯이 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항상 최우선시 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서운함과 불안감이 생기게 된다. 나아가 불안을 너머 남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상태에 까지 이르면 여자의 속은 이미 충분히 곪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사만다는 어떻게 이안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래에 모든 메세지가 들어있다고 본다.
인생에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하루 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어?질문이 썰렁하네.
알고 싶어.글쎄, 마지막 하루라. 구두부터 산 다음 아이스크림도 신나게 먹고 일류 속옷모델하고 찐하게 연애해야지.
... ...
뻔한 걸 뭘 물어. 정답은 하난데. 자기하고 보내야지.
정말?당연하지. 같이 있을 거야. 지금처럼 아무 것도 안 하고.
그게 다야? 다른 건?둘이 아닌 하나가 된 느낌.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진정한 한 마음이 되는 거야. 내 소망처럼 그렇게만 된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사랑해.그거야.
이 대사에서 사만다가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을 알 수 있다. 이안과는 다른. 사만다에게 사랑은 모든 것이자,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일 따로, 사랑 따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 가족, 친구, 돈, 인생, 미래, 음식 등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모든 일상에 사랑이 녹아 있다. 일 속에 이안이 있고, 밥먹을 때도 이안이 있고, 아침 햇살 속에도, 지나가는 예쁜 어린 아이 얼굴에도 이안이 있다. 지금 이 순간,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과거), 함께 하지 못한 시간(미래) 즉 모든 시간 속에 이안이 있다. 이안을 향한 사만다의 사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만다가 자신의 일상을 이안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채운 것이 끝이 아니다. 자신의 사랑이 이안의 사랑과 하나가 되길 바랐다. 즉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이안의 삶에도 자신의 사랑으로 채우고 싶어했다. 어릴 적 이안이 누볐던 동네의 모습, 이안의 아버지, 이안의 친구들 등 이안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을 했다. 한 마음이 되기 위해서.
나의 삶에 그가 가득하고, 매순간 그를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그와 함께 서로 하나의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사만다가 말하는 '사랑하는 법'이다.
하지만 사만다가 자신의 일상을 이안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채운 것이 끝이 아니다. 자신의 사랑이 이안의 사랑과 하나가 되길 바랐다. 즉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이안의 삶에도 자신의 사랑으로 채우고 싶어했다. 어릴 적 이안이 누볐던 동네의 모습, 이안의 아버지, 이안의 친구들 등 이안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을 했다. 한 마음이 되기 위해서.
나의 삶에 그가 가득하고, 매순간 그를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그와 함께 서로 하나의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사만다가 말하는 '사랑하는 법'이다.
[3] 사랑을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이안이 사만다를 대신해 죽은 후, 사만다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을 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배웠대. 난 그저 마음가는 대로 사랑했을 뿐인데.
세상에 '생각하는 사람'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사만다는 후자일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과 느끼는 사람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을테지만,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느끼는 사람이 더 잘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생각은 에너지가 자기 안에 머물러 있다. 다른 사람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느낌은 에너지가 밖으로 전해진다. 다른 사람은 그의 좋다, 놀랐다, 기쁘다, 무섭다 등의 감정을 알아챌 수 있다. 생각하면서 동시에 느끼기는 힘들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감각기관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상대방을 잘 느낄 수록 상대방은 에너지를 잘 전달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여세진 선생님 말씀 참고한 내용임) 결말 부분에 이안의 대사 일부분을 인용해서 설명을 이어가겠다.
첫눈에 사랑하게 됐지만, 이제야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게 됐어.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었지.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다는 말은 생각을 했다는 뜻이다. 가슴으로 느끼기보다는 머리로 생각하면서 사랑했다는 말이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녀를 마음가는 대로, 가슴으로, 느낄 때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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