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 미군기지가 들어서기로 결정됐고,
2006년 5월, 국방부의 강제철거가 시행됐다.
그리고 대추리에 남아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이주해 온 '지킴이'들의 이야기다.
투쟁하며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대추리 주민들이 대추리에서 쫓겨난 이야기다.
영화는 생각보다 잔잔했다.
메세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관객이 알아서 느끼기를 원한 것 같다.
영화 관람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몇 가지 문답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해봤다.
용산, 밀양, 제주도, 대추리, ...
강제철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혹자는 원주민들에게 나라에서 필요하다는데, 보상금도 준다는데 왜이리 난리를 피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일건 감독을 통해 그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상금 몇 천만원이 물론 작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돈으로는 당연히 도시에 정착할 수 없다.
다른 농촌지역에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것도 수월치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보상금 이면의 문제다.
대추리의 경우를 보자.
철거 반대를 외치던 마을 이장님이 잡혀갔다.
주민들끼리 끈으로 묶여있는 시골에서 이웃 사람이 잡혀갔는데 나 혼자 보상금 받고 이주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 중에는 보상금 받고 떠난 주민들도 있다.
이 역시 갈등인 셈이다.
어제까지 얼굴 맞대던 이웃이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으로 갈리게 된 것이다.
떠난 주민들도 있지만, 강제철거에 맞서 오랫동안 남아있던 주민들도 있다.
남아있는 주민 모두가 대단한 투쟁가라서 버틸 수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내 이웃이 못 가고있으니까 나도 남아있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는 늘 그렇듯 남의 일은 쉽게 말한다.
평생을 나고 자란 마을, 마음 붙이고 어울려 살고 있는 마을에 살고 있다 치자.
어느 날, 나랏일이고 보상금도 적당히 챙겨줄테니 이주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당신은 순순히 떠날 수 있는가?
어제까지 함께 일하고, 함께 웃었던 이웃 주민이 잡혀갔다.
당신은 순순히 떠날 수 있는가?
당신은 그렇게 쉽게 국익을 위해 '당연히'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우리는 농촌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듯 하다.
정기용 선생님이 <감응의 건축>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는 농촌을 타자화 시키고 있다.
마치 우리 몸은 하나인데 어느 한 부분을 도려내야 할 것,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남의 일을, 농촌의 일을 너무 쉽게 대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추리 마을 같은 강제철거 문제는 분명 반복될 것이다.
그 때가서도 주민들에게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정부와 주민, 누가 옳은지를 따지기 이전에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다.
꼭 필요한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금기하지 말고 소통하면 좋겠다.
요즘 서울에서는 '마을 만들기'가 한창이다.
마치 유행처럼.
하지만 농촌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또 언제 '마을 파괴'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대화-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임 라이트] 찰리 채플린의 진지한 자전적 이야기 (0) | 2014.01.05 |
---|---|
[버킷리스트] 죽음을 인생으로 치환해주는 버킷리스트 (0) | 2013.11.29 |
[바람 Wish]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그 시절의 성장통 (0) | 2013.11.21 |
[파이터 The Fighter] '파이터'를 극복한 '파이터'의 이야기 (스포 주의) (0) | 2013.11.15 |
[악마를 보았다] 그 악마는 우리 안에, 내 안에 있다. (스포 주의) (0) | 201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