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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나-

일상의 휴식보다 삶의 휴식

지금 나의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가 심통나서 일부러 삐뚤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요새는 정말이지 가만히 있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바람 부는대로, 파도 치는대로 떠밀리고 있다. 

일부러 책을 손에서 놓은지 몇 주 째인지 모르겠다. 
한 달은 안 됐겠지. 

일부러 티비를 더 챙겨보고 있다. 
예능만. 
평소 안 보던 것도. 

신문은 커녕 인터넷기사 조차 일부러 시사/정치는 안 본다. 
연예기사만 줄기차게 본다. 

일부러 관계에도 손상을 주고 있다. 
일부러 연락을 안 받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내 휴대폰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 외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내가 한 번 연락을 안 받거나, 안 했을 때, 두 번 이상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내 정체성이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동시에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 게임에 아주 흠뻑 빠졌다. 
오랜만이다. 
몇 년 만에 잠시 게임중독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르긴하다. 
그 때는 게임 자체가 너무 좋아서 오로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게임에 빠졌었다. 
지금은 일부러 책을 읽지 않으려고, 머리에서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막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게임은 정말 재미있긴 하다. 
쉽게 말해 지금은 현실도피를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다. 

정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요새 말할 때, 혀가 굳는 느낌이 들면서 발음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워낙 스트레스가 심하기에 또 오래됐기에 나는 그것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뇌에 무슨 이상이 생겼는지 의심을 할 정도다. 

그냥 혼자이고 싶다. 
모든 것을 놓고, 모두로부터 떠나서 혼자이고 싶다. 
결국에는 사람을 찾아 어딘가에서 다시 기어나올지라도. 

내 육신, 내 정신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내가 무슨 숭고한 뜻을 따라 살 것인가. 
내 삶조차 내 맘대로 살아지 못하는데 내가 무슨 사회의 변화를 위해, 공익을 위해 살 것인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데에 지치고, 염증도 느끼고 있는데 내가 무슨 같은 20대에게 말을 거는 행동을 할 것인가. 
내가 20대와 이 사회의 변화를 외칠 자격이나 과연 있는 것인가. 

웃기다.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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