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지우개가 있으니까요
처음 스케치는 큼직큼직하고 빠르게 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어차피 처음부터 완벽하게 그릴 수 없으니까.
그리고 우리에겐 지우개가 있으니까.
우리 인생에도 틀리면, 어긋나면, 실수하면
언제든지 되돌려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줄 인생의 지우개가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봤다.
인생에 그런 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잘 덧칠하는 것뿐이다.
잘못 그어진 선을 직시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자기자신을 믿는 것뿐이다.
그럼 인생에는 지우개가 없으니까 조금조금 천천히 접근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그림은 언젠간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떠올린다면
우린 하루라도 빨리 근사한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굵고, 커다란 기초선이 없으면 그림은 갈피를 잃고 영영 어긋나게 된다.
인생에서도 그런 기초선이 되어줄 기준, 원칙, 신념이 필요하다.
기초선 없이는 아무리 신중하게 작은 선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긋는다고 해도
나중에 멀리서 전체를 바라봤을 때, 이게 뭔가 싶을 것이다.
인생에는 지우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 순간,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감상에 젖기 위함이 아니다.
핵심은 이렇게 해야 그림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면서 즐기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 아름다웠다면, 마지막에 완성된 그 그림도 분명 무척 아름다울 것이다.
즉 인생에는 지우개가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과정이 필요하다.
멀리서 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난 똑같이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봐도 엄청 달랐다.
마치 무의식 중에 좋아, 잘하고 있어, 비슷해, 똑같아, 문제없어 등등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시켰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타자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만큼 그 한 발 떨어져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 꽤 힘들다는 뜻이다.
만약 캔버스와 마주해서 그리는 동시에 한 발 뒤에서도 캔버스를 볼 수 있다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잘 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준이 형이 말한 자기객관화 과정일까?
독서, 여행, 연애, 성찰, …
모두 자기자신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다.
흔히 '훈수를 둔다'고 한다.
한 발 뒤에서 척척 답을 내주는 행위이다.
훈수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모두의 입장이 보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입장에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입장, 자기합리화, 자기중심적 사고에만 빠져 나의 답, 나의 길만 보이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답도, 길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객관화가 선행이 된 후에 기초선, 밑바탕이 되어줄 꿈과 목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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