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군생활 때 군복 입은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 군복과 군화는 엄청 컸다.
2년 내내 그걸 걸치고 신고다녔던 걸 생각해보니 나도 정상인 놈은 아니다.
당시 22살.
입소대대에서 내 치수를 잘 몰라 대충 골라잡았다.
소리지르는 조교 때문에 정신도 없었고 바꿀 엄두도 나지 않았다.
설마 군복이 그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컸는지 인식도 못했다.
아무튼 22년 동안 내 몸 치수가 얼만지 신발은 몇 사이즈인지도 제대로 몰랐다.
예비군인 지금.
나 자신에 대한 너무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는 채로,
관심도 없는 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