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영혼과 물질> 1부 7장. 영혼과 물질
1부. 배우를 위한 형이상학
7장. 영혼과 물질
7-1. 영혼이 눈뜨는 상태
어느 순간에 푸른 전류가 뒷골을 타고 척추를 타고 내려와 뒷발꿈치 밑으로 방사되면서 번쩍하고 눈이 떠지는 것을 연기에서는 엑스터시 혹은 황홀경이라고 말한다. 영혼이 눈뜨는 상태이다. 한국식으로는 접신의 상태이다. 신과 접한다 즉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기적 상태의 출발점이다.
7-2. 영혼의 공간성
첫째, 이마에서 열리면 천국, 뒤통수에서 열리면 소멸과 큰 허무의 세계. 영혼이 눈뜬다 라고 했을 경우 인간의 영혼 앞뒤가 다 열리는 것이다. 둘째, 가슴이 맺힌다. 인간의 속내, 인간의 느낌이 명치 깊은 쪽에 모여든다. 명치가 열리면 낙천적, 낙관적인 세계로 열린다. 명치가 오그라들면 슬픔, 고통의 세계다. 셋째, 자궁과 남근의 세계다. 생식과 생산, 욕망의 세계가 열린다. 자궁이 열리고 남근이 일어선다. 엉덩이쪽으로 숨이 모이면 좌절과 어둠, 검은 욕망, 타락, 광기의 세계가 들끓어 오른다. 저수지, 배설, 잡스러운 것, 미친 것, 광기 등으로 드러난다. 골반과 자궁이 열리고 남근이 서면, 생산과 생식과 적극적인 삶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이다. 골반과 자궁이 응축되고 남근이 쇠퇴하면, 추악하고 더럽고 나쁜 욕망이 스며들고 사이코패스적인 욕구가 엉덩이 쪽에 모인다. 모든 영혼은 다리를 타고 뒷꿈치를 타고 아킬레스건을 통해서 지하의 세계로 타내려간다.
영혼이 이마를 타고 올라가 하늘로 가면 초월, 뒤로 가면 열반이다. 욕망의 뿌리가 인간의 척추를 타고 올라가서 하늘로 승황되는 것이다. 이것이 영혼의 공간성이다. 거대한 공간과 시간 속에 놓인 영혼과 물질인 인간. 이것을 받아들이는 영혼의 출구는 눈이다.
리얼리즘연극에서는 인간을 전지적 존재로 파악한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성이 몸을 지배한다. 그러나 부조리극에서는 종종 영혼과 몸이 분리된다. 배우의 몸의 움직임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7-3. <갈매기> 분석
영혼과 물질의 상호 호환성은 사실 동양의 초자아적 세계와 만난다. 불교의 유심론은 인간인 내가 모든 것과 같다는 물아일여의 사유가 일찍 자리잡았고, 장자의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에서는 인식론을 벗어난 자유연상의 초자아적 상상의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