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기술-/중앙대 연극학과-

[10주차] 배우다움

봄엔꽃을 2013. 11. 6. 15:18



이미치 출처 : http://2url.kr/Ztw




<UFC 166>를 보면서, 한 선수에게 꽂혔다. 

케인 벨라스케즈 만큼이나 인상 깊은 선수였다. 

아니 그 날만큼은 최고의 선수였다. 

바로 디에고 산체스. 

오늘 수업에서 그냥 그가 떠올랐다. 








오늘은 시연할 사람들의 파트너들이 늦어서 수업에 차질이 있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오늘은 주로 '연기 외적인 연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연기를 할지 말지에 관한 학생의 고민', '교수님이 느낀 중앙대 연극학과의 분위기' 등등..







[1]


배우의 삶(일상)이 바뀌지 않는 이상 결코 그 배우의 연기도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아.

배우의 연기는 배우의 삶과 아주 밀접한,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의 문제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야. 




[2]


연기를 '한 번 해볼까?' 하는 자세로 시작하는 건 얼마든지 괜찮아. 

그러나 일단 하기로 선택했으면, 미쳐야 해.

미쳐야만 꿈, 목표에 도달하는 동안 힘든 걸 잊을 수 있어.

계속 힘들다는 건, 그만큼 미쳐있지 않다는 증거야.




[3]


너희들(중앙대 연극학과 학생들)을 개인별로 보면 참 우수하고 뛰어난 면이 많은데, 

이상하게 전체 분위기는 흐리고 산만해. 


모스크바의 한 연극원에 간 적이 있어. 

아담한 동그란 공간에 그냥 건물 하나 있어. 

그런데 그곳 학생들을 보니까 배우지망생들이 아냐. 

풍기는 분위기가 이미 배우야. 

너희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 


그런데 지금은 연극 외적인 일로 바쁜 거 같아. 

시연 때 전부 쏟아붓지도 않고. 


너희 선배, 하정우 알지?

평소에 저 배우 연기를 잘 알고, 잘 하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아는 사람이 학교 다닐 때부터 이미 남달랐대. 

책을 정말 많이 읽는대. 

없어져서 찾아보면 서점에 있는 경우가 많고. 

연기에 대해서 항상 진지하고. 

연습할 때도 너무 많이 준비하고 알아올 정도였고. 

너희도 10년 정도 흐른 뒤에, 누군가가 너희의 학창시절을 기억할 때, 특별해야 하지 않겠니?




[4]


연출 입장에서 보면, 정말 의외로 쓸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아. 

감정 좋고, 잘 표현하고, 재밌게 하는 정도의 배우는 얼마든지 있는데,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갈만한 배우는 의외로 없어. 

자기중심을 갖고 치열하게 살아온 배우가 필요한 거야. 

그저 말 잘 듣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과 논쟁할 수 있고 깊이있게 대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한 거야. 

작가가 대본을 쓸 때 가졌던 그 엄청난 고민과 깊이있는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한 거야. 


나는 모든 배우 한명 한명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해. 

자기중심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욕 안 먹으려는 사람은 훌륭한 연기를 할 수가 없어. 

그런 사람은 수동적으로 연기하게 돼. 

성실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자기중심이 있는 즉 그런 포스를 풍기는 배우가 돼야 해. 




[5]


연극학과에 들어와서 연극과 전혀 관련없는 일, 불합리한 일들을 하게 돼서 괴로울 때가 있더라도 그냥 해. 

'내가 지금 왜 이걸 해야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게 내 연기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 

연기가 크게 느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때론 하기 싫은 일 속에서도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거든. 

인간의 삶이란 게 생각보다 유치하고, 지독하고, 치사하고, 가벼운 것이기도 하니까. 

신기하게도 인간은 고통을 받아야 성장해. 

그걸 괴로워하면 그게 싫으면 배우가 될 수 없지. 




[6]


어떻게 '말' 할까 이전에, 어떻게 '연기적인 상태'를 만들 것이가를 먼저 고민해. 

그러면 말 하기가 훨씬 자연스러워져. 

지금 남자가 멋쩍게 "왜 그래"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여자가 힘있게 노려봐야 남자 대사가 편하게 나오겠지. 




[7]


캐릭터가 '미친년'이기 때문에 숨이 계속 바뀌어야 돼. 

종잡을 수 없게 오르락 내리락 기복이 심해야 돼. 

그러면 호흡만으로도 미친년이란 표현이 잘 나오겠지. 




[8]


호흡을 잘 바꾸는 사람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야. 

화내는 숨을 마셨다가 순식간에 차분한 숨을 마셨다가 또 다른 숨을 바로 마시고...

이것만 잘 되도 좋은 연기가 돼. 








시연 없는 날은 맘 편하고 재밌는 시간인데, 이제 또 다음주가 긴장된다. 

교수님께 보여주는 연기가 아니라 내 연기를 해야 하는데, 어렵다. 




남자에게 배우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단언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이것도 나중에 질문해야 하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