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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기술-/중앙대 연극학과-

[11주차] 다리는 터덜터덜, 팔은 너덜너덜, 몸은 흐느적, 말은 휘리릭



13, 11, 13.



다시 오늘, 시연하는 날이다. 

앞에만 나가면 몸도 머리도 굳는 느낌이다. 

내 연기를 위해, 정확한 연기를 위해 노력하자고 상기했건만,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쪽팔렸던 첫 번째 시연이 가장 의식하지 않고 연기했던 것 같다. 


교수님께서 긴장한 내 모습을 눈치채셨는지 가볍게 몸풀기를 제안하셨다. 

빠르게 온몸을 문지르고, 털어주고, 손바닥으로 쳐주면서 몸에 열을 냈다. 


정인이는 얼굴(이랑 목)은 좋은 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비교적 좋은 상태인데, 

그 외의 몸 전체는 전혀 구실을 못하고 있어.


이번 시연도 순탄치 않았다. 

다만, 너무 진도가 안 나가니까 교수님께서 그걸 감안하고 진행하신 것 같다. 

그 동안 얕은 호흡과, 낮은 활동성 때문에 내 시연은 늘 중간에 끊어졌다. 

그리고는 지시에 따라 제자리 점프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신체기운을 끌어오렸다. 


걸음은 터덜터덜하고, 팔은 너덜너덜해. 

걸음도 의지와 목적을 담아서 걸어.


배우의 하체와 뒷판은 긴장된 상태로 무게감이 있어야 하며, 

위쪽과 앞모습은 이완된 상태로 가벼워야 해.


이번 주에도 도중에 제자리 점프를 하게됐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아 교수님은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셨다. 

덩치 좋은 남학생을 업고서 대사를 하는 것이다. 

무릎은 굽히고 허리는 세운 상태로. 

몸에 강제로 힘을 넣기 위한 방법이었다. 


쓸 때 없이 힘이 들어간 (폼 잡는) 소리가 나지 않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지금처럼 너무 가벼워도 관객을 움직일 수가 없어.


들이쉰 숨을 뒤쪽 골반 윗부분에 '응!' 잡아둬. 

그렇게 저장된 숨의 압력이 마스케라로 나오는 거야.


교수님의 뒤쪽 골반 윗부분에 손을 대고 그 부위를 느꼈다. 

대사가 나올 때마다 그 곳이 꿀렁인다는 느낌이었다. 


대사를 너무 휙휙 읽어버리지 말고, 찍어서 말할 것, 

말꼬리를 흐리멍텅하거나 불필요하게 꺾지 말고 쭉 밀어낼 것도 당부하셨다. 


대사를 흘리지 말고 찍어서 말해. 

관객은 그 대사를 난생 처음 들어. 

배우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관객에게도 자연스럽운 것은 아니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말해야돼. 

그냥 쭉 흘려 말하면 병풍되는 거야. 

소녀시대 9명 중 누구도 병풍 역할을 하려고 무대 위에 오르지 않잖아. 

배우도 주연이든 조연이든 관계없이 누구나가 다 존재감을 보여야해. 


대사할 때마다 그 대사에 맞는 숨을 쉬어줘. 

대사가 바뀌면 숨도 바꿔주고. 


대사 자체보다 대사 이후가 더 중요해. 

대사가 끝나도 그 숨(감정)을 유지해야돼. 

예를 들어, "배고파." 라고 한다면 대사가 끝나도 배고픈 숨이 그대로 살아있어야해. 

그러면 다음 대사, 다음 액팅도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거야. 


연기를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지마. 

예전에 <몬스터 볼>이란 영화를 보는데 한 젊은 백인 남자 배우가 눈에 띄었어. 

아버지에 관해 어쩌고 저쩌고 말하다가 총을 쏴서 자살하는 장면이었어. 

그냥 덤덤하게 말을 하는데도 연기가 기가 막히더라. 

이미 자살하기 직전의 그 청년이 돼서 그 사람의 숨을 쉬고 있으니까 다른 게 필요없는 거야.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배우가 히스 레저였어. 


출처 : http://2url.kr/ZqT


우리는 누군가의 내면을 보게됐을 때, 그 사람과 더 가까워졌다고 느껴. 

유난히 뭔가 끌리는 배우들은 그만큼 내면을 관객에게 잘 보여주는 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야. 








YES-NO 게임



[설명]


1. 두 명이 서로 마주보고 앉는다. 

2. 각각 실제 자기 내면의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간절한 진실을 떠올린다. 

3. 각각 그 진실에 맞게 한명은 무조건 "맞아" 라고만, 다른 한명은 무조건 "아니야" 라고만 말한다. 

4. 그 외에 다른 말이나, 어떤 직접적인 표현도 해서는 안 된다. 

5. 설득의 과정을 포함하고, 가벼운 신체접촉은 허용한다. 

6. 즉 상대의 진실이 뭔지 모르지만 자신의 진실이 맞다혹은 아니다 라고 계속 공방을 주고 받는다. 



[결과]


1. 이 역시 연기적인 상황이지만, 

    자기 내면의 진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확실히 몰입을 잘할 수 있게 된다. 

2.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하체와 뒷판이 경직되고, 위쪽과 앞모습이 이완된다. 

3. 자연스러운 동작, 다양한 동작, 진실한 눈빛 등이 알아서 나오게 된다. 

4. '맞아'와 '아니야' 중 어느 쪽이 더 간절하고 진실해보였는지 알아본다. 



하고 싶은 사람은 자발적으로 앞에 나가면 됐다. 

나도 하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도움도 될 것 같았고, 다른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은 못했다. 

용기가 안 나서. 

닉 부아치치의 말이 떠오른다. 

가장 큰 장애는 두려움이라고.